낫질의 즐거움

오전에 시간이 한가하여 낫으로 잡초를 베어 닭들에게 주었다. 2.5에이커의 마당에는 온갖 잡초가 가득하다. 야생화도 있지만 사막이라 가시풀이 많다. 가시풀은 어릴 때는 여느 풀과 같이 연약하지만 일단 줄기가 단단해지고 씨가 여물면 온통 가시로 무장한다.
가시가 얼마나 강한지 씨앗을 싸고 있는 가시 덩어리 – 마치 노로통 열매처럼 뾰죽한 – 를 밟으면 운동화를 뚫고 들어와 깜짝 놀란다. 강아지들에게는 치명적이다. 발에 박히면 빠지지 않아 한동안 고생한다. 절뚝거리면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그러나 봄에는 풀과 함께 노란 꽃이 피면 볼만하다. 바람이 불어도 흙바람을 막아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땅 속은 또 얼마나 포슬포슬해 졌는가. 모두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풀 덕분이다.

나는 낫을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아마존에서 ‘japanese sickle’을 검색하면 여러 종류가 있다. 15~20달러면 구입이 가능하다. 요즘 한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톱낫도 있다. 톱낫은 낫의 날이 톱처럼 생겼다. 일반 낫보다 더 안전해서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낫 대신 풀을 깎는 예초기를 사용하면 손쉽고 빠르지만, 줄이 끊어지면 다시 뽑아내야 하고 배터리가 다 돼면 충전을 시켜야 한다. 이런 불편보다 더 심한 것은 소음이다. 기계가 돌기 시작하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 눈에 뭐가 튀어들지 모르니 보안경을 써야 한다. 풀밭에 돌이 있나 조심해야 한다. 시끄럽고 긴장해야 하니 한가한 모습과는 정반대로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건 노동이다.

기업농이 아닌바에야 잡초 베는 일은 오늘 못하면 내일로 미뤄도 된다. 내일 못하면 모레 하면 된다. 낫질은 기계에 비해 속도는 더디지만 시끄럽지 않고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쉬엄쉬엄 벤다. 풀 밑둥을 잡고 낫과 함께 당기면 묘한 리듬감이 있다. 풀 밑에 돌이 있어도 걱정없다. 걷어내면 된다. 일을 조금 하다가 커피를 마셔도 한가하다. 그러나 중무장을 하고 예초기로 풀을 베면 목이 타서 물병을 찾을지언정 커피는 꿈도 못꾼다.

요즘 미국에서 호미가 인기다. 섬세한 밭일을 하는데 이만한 농기구가 없다고 극찬을 한다. 아마존에서도 불티나게 팔린다. 아마 낫도 써보면 좋다고 난리가 날 것이다. 속도를 버리고 삶의 본질을 묻는 슬로 라이프(Slow Life)를 그들도 깨달아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