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 지도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다보면 비슷한 사람이 또 한 사람 떠오른다.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모리스 마지’ 영감이다. 그는 늦은 밤 황량한 도심에 식물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다. 그는 실존인물이다. 다큐 영화 ‘Wild Plants’에 나오는 사람이다.

그는 삭막한 취리히를 10년 안에 숲이 우거진 도시로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씨앗 봉지와 모종삽을 들고 밤마다 거리로 나선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선구식물을 심는다. 키 별로 네종류의 씨앗을 구분한 다음 모종삽으로 흙을 파고 씨앗을 심는다. 단단하게 굳은 땅을 헤치고 씨앗 몇개를 떨어뜨린다. 무심히 심을 뿐이다. 한 알의 씨앗이 꽃을 피우고 다시 수 백, 수 천개의 씨앗을 남기기를 기대하면서.

가로수 밑이건 도로 표지판 밑이건 씨앗 몇 개 심고, 흙을 덮는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지만 그는 거미줄 같은 ‘식물 지도’를 그려가면서 온 시내의 척박한 땅을 가꾼다. 엉겅퀴, 야생장미, 로즈힙 등 나중에 자랄 식물들을 위한 개척자의 삶을 사는 선구식물의 씨앗을 뿌린다.
그 때 천둥이 치고 한 차례 비가 쏟아진다. 이 기회를 틈타 씨앗은 땅에 뿌리를 내린다.

식물의 생태계도 사람의 것과 비슷하다. 사막 도시나 신도시에 억척스런 사람들이 먼저 들어 가듯이 황량한 땅에는 선구식물이 먼저 산다. 그 풀들이 생존하고 토양이 개선된 다음에 연한 풀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선구식물들은 콘크리트를 뚫고 올라올 정도로 생명력이 강인하다. 사람이 만들어 가는 사막의 도시 형성도 비슷하다. 억센 생명력을 가진 사람들이 터를 잡는다. 그 후 땅도 식물도 온순해진다. 씨를 뿌린 곳은 온통 꽃밭이 된다.

장 지오노 작품의 결말 부분:
“한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 힘만으로 홀로 황무지에서 이런 가나안 땅을 이룩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는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힘이란 참으로 놀랍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대한 혼과 고결한 인격을 지닌 한 사람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이 없었던들 이러한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신에게나 어울릴 이런 일을 훌륭하게 해낸 배운 것 없는 늙은 농부에게 크나큰 존경심을 품게 된다.”

-4월 1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