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 April 2019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지구의 무게는 6×10의 24승 킬로그램이다. 머릿속으로 가늠이 안되는 이 엄청난 무게의 행성이 깃털처럼 가볍게 떠서 자전을 한다. 자전으로 우리는 하루를 체험한다.
우리의 한 호흡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대기 중의 산소로 이루어진다. 삶의 매 순간을 위해 온 우주가 작동한다.
사과 한 알을 키우기 위해서도 뿌리에서 토양미생물과 사과나무의 공생, 태양 빛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 사람 뿐만 아니라 식물의 삶에도 매 순간 온 우주가 관여한다. 사과를 한 입 베어 물 때 온 우주가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살아있는 매 순간이 기적이다.

잡초의 속전속결 전략

잡초는 ‘모르면 원수 알면 친구’라는 표현처럼 적인지 아군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 애매한 식물이다. 쇠비름은 과거에 농부들의 원수였다. 질긴 생명력으로 뿌리뽑기 힘든 잡초다. 뽑아서 밭둑에 던져두어도 뿌리만 땅에 닿으면 다시 살아난다. 요즘은 항암제로 귀한 몸이 됐다. 한약재의 이름은 ‘마치현’이다. 잎이 말 이빨을 닮았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잡초는 현재 인간이 원하지 않는 식물이다. 따라서 강인한 생명력이 기본이다. 그리고 속전속결의 전략을 취한다. 집 앞마당에 널려있는 사막의 잡초들은 벌써 줄기가 여물기 시작한다. 그들은 우물쭈물하지 않는다. 이른 봄 다른 풀들보다 먼저 싹터서 여름이 되기 전 재빨리 열매를 맺고 사라진다. 식물들도 자신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한다.

소나무는 자웅동주(암꽃과 수꽃이 한나무에 피는 것)다. 그러나 같은 나무에서 수정이 되는 것보다 다른 소나무와 수정이 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암꽃이 위에 피고, 수꽃(송홧가루)은 아래에서 핀다. 즉 힘없이 떨어지는 수꽃과 수정하기 싫다는 뜻이다. 바람에 높이 날아온 다른 소나무의 수꽃과 수정하여 유전적 다양성을 갖추려는 의도다. 그래야만 새로 잉태한 씨앗은 힘든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다.

잡초 근성과 생존 경쟁. 사람살이나 식물살이나 비슷하다.

매실의 효능

한약재의 성분을 추출하는 방법은 세가지다. 첫째, 끓이는 방법이다. 탕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둘째, 설탕에 재어 청을 만드는 방법이다. 매실청, 유자청, 도라지청 등이 이에 속한다. 셋째, 술에 담는 방법이다. 과일주나 약재를 넣어 만든 다양한 약주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끓이거나 외부 농도를 진하게 하여 약재 성분을 추출한다. 요즘은 설탕이 몸에 안좋다고 하여 올리고당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작년에 회를 잘못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적이 있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에 발진이 심하게 났었는데, 매실청을 진하게 타먹고 나서 두 시간만에 싹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 설탕에 재어 청을 만든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고 음식을 할 때 곁들이거나 가끔씩 물에 타먹던 흔한 매실청이었다. 해독작용에는 최고다.
매실은 20년 전 드라마 ‘허준’에서 돌림병을 막는 민간 약재로 등장하며 인기를 얻었다. 매실 엑기스가 뜨자 부작용이 어떻고 하면서 반작용도 함께 커 나갔다. 과일(매실)을 설탕에 재어 청으로 만든 것이 무슨 엄청난 효과가 있겠는가. 천연과일인데 해로우면 얼마나 해롭겠는가.

매실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청매를 씻어 유리용기에 넣고 코스코에서 고급 보드카(Grey Goose)를 사다가 붓는다. 단맛을 좋아하면 설탕을 약간 가미해도 좋다. 100일이 지난 다음 술병에 옮겨 담아놓고 마시면 최고의 매실주가 된다. 소주를 넣고 싶은 사람은 ‘화요’를 추천한다. 매실주의 진하고 새콤한 맛에 빠지면 해마다 매실이 기다려질 것이다.

야생동물과의 전쟁

도심에서 한 시간만 벗어나면 야생동물 천국이다. 필랜만 해도 토끼, 두더지, 다람쥐에 까마귀 등 새 떼가 설친다. 리틀락에서 농사를 짓는 어떤 사람은 하도 화가나서 다람쥐 굴에 화염방사기를 들이댔다가 꼬리에 불이 붙은 다람쥐가 농장을 뛰어 다니는 바람에 큰 불을 낼 뻔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야생동물이 적이다. 한 해 농사를 망치기 때문이다. 루선밸리에서 대추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약 15%를 새 피해로 추산한다. 한 해 10만 파운드가 생산된다면 1만 5000파운드가 새 피해라는 뜻이다. 새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부들은 새를 잡는 망에서부터 새가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소리를 녹음해놓은 녹음기를 틀어 놓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그러나 이구동성으로 큰 효험이 없다고 말한다.

나는 작년 봄 프레즈노 가는 길에 미국인이 경영하는 포도밭을 본 적이 있다. 5에이커도 넘는 면적이었는데, 전체를 하얀 천막으로 덮었다. 포도밭을 운영하는 농부들에게 가장 큰 적이 새다. 잘 익은 포도만 쪼아대는데, 새가 쪼고 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도 필랜에 이사 오던 날 구기자 3그루를 옮겨 심었는데 자고나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때는 화가 났었다.
지금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한다. 자생하는 풀들을 마음대로 먹고 자란 야생동물들이 사람이 키우는 농작물이라고 따로 구분할 리가 없다. 한 알은 벌레가 먹고,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농부의 몫. 선조들의 ‘나눔과 공존’의 지혜를 체득하려고 한다.
옛날에도 열 받기는 마찬가지였을텐데, ‘콩 세 알’의 지혜를 남겨 주신 우리 선조들 멋지다.

파를 심다

파가 다섯 단에 1불이다. 값이 많이 내려갔다. 파처럼 잘 자라고 흔한 작물이 없는데 파김치는 꽤 비싸다. 파 20단을 사서 심었다.
생태정원을 조성 중이다. 꽃과 나무를 키우고 야채도 함께 키우는 야생정원이다. 인천상륙 작전하듯 집 앞부터 멀치(mulch)를 덮어가며 작물을 키운다. 아침 저녁으로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해 나간다. 대추나무 묘목처럼 키가 크면 멀치를 하기 쉬운데, 파는 심어놓고 보니 멀치를 하기 까다롭다. 본래는 멀치가 된 땅을 열고 파를 심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하는 중이다.
나는 멀치를 건초(hay)로 한다. 건초(70파운드) 한 묶음에 18달러인데, 작년 겨울에 비맞고 사료용으로 쓸 수 없는 것들은 3달러면 살 수 있다. 헐벗은 땅이 없어야 생태정원이 시작된다.

대추나무 묘목을 심다

오늘 대추나무 묘목 두 그루를 심었다. 이번에는 멀치를 단단히 덮었다.
작년에 다섯그루를 심었는데 모두 실패했다. 땅을 안보고 물에만 신경을 쓴 탓이다. 어느 땅이건 관개시설만 하면 묘목이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가 시도하는 건 매번 물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라는 자연농원이다.
관개시설을 하지 않은 땅에 심은 나무는 여름에 물 주는 것을 깜박 잊어먹으면 죽는다. 땅심 살릴 생각은 안하고 물만 주면 뿌리를 내릴 것으로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바깥 기온이 100도면 지표면의 온도는 120도까지 올라간다. 물이 아니라 ‘습도’가 중요하다. 땅이 습도를 머금고 있지 못하면 식물이 살기 힘들다.
멀치가 답이다. 두껍게 덮어야 한다.

줄탁동시

병아리 한 마리가 부화했다. 3월 24일 알을 품기 시작했으니 정확히 20일만이다. 세상 빛이 익숙치 않아서 인지 어미 날개밑으로 숨으려고만 한다. 한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대는 ‘줄탁동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줄’은 알 속에서 병아리가 밖을 향해 쪼는 것을, ‘탁’은 어미가 이 신호를 알아채고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뜻한다.

알을 7개 품었는데, 중간에 3개는 어떤 짐승인가가 밤에 와서 훔쳐 먹었다. 4개 남은 것 중에서 한 마리가 부화하고, 알 한 개가 일부 깨진 것으로 보아 이것도 곧 부화될 듯하다.
어미 체온으로 부화하는 것도 신기하고 ‘줄탁동시’로 깨고 나오는 것도 신묘한 일이다. 병아리를 돕는다고 사람이 알을 깨주면 부화된 뒤에 곧 죽는다고 한다. 제 힘으로 깨고 나와야 한다. 이를 어미 닭도 안다. 절대로 깨주지 않는다. 그저 도와 줄 뿐이다.

병아리가 먹을 싸래기와 물을 챙겨주고 오는데, 개가 새앙쥐를 잡아서 물고다닌다고 와이프가 호들갑을 떤다. 개에게서 쥐를 뺏어 나무 밑둥치 근처에 묻었다. 자연의 삶과 죽음에는 이렇듯 선악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