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

나는 닭을 10마리 키운다. 예술사랑을 운영하는 김성일씨에게서 물려받은 닭들이다. 연장을 넣는 광을 치우고 일부를 닭장으로 쓰고 있다.
날이 풀리니 암탉이 알을 품는다. 암탉 한 마리가 계란 7개를 품는 중이다. 다른 닭들은 알 품는 것에 관심이 없는데 유독 한 마리만 알을 품으려고 한다. 알을 꺼내려 가면 벌써 며칠 전부터 그 닭은 알 위에 앉아 있었다. 사람이 가도 무서워하지 않고 비키지도 않는다. 몸통째 들어 올려서 옆으로 치우고 알을 꺼내도 그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 대단한 집착이다.

이틀 간 모은 계란 중 크고 좋은 것을 마커로 표시를 하고 암탉 밑에 넣어 주었다. 표시를 하지 않으면 품고 있는 계란 위에 다른 닭들이  또 낳기 때문에 어떤 것이 부화시킬 알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이제 3주(21일)만 기다리면 병아리가 탄생한다. 7마리 중에서 몇 마리가 암탉이 될지 궁금하다.
지금 있는 10마리 중에서 수탉이 두 마리여서 늘 싸운다. 수탉 한 마리는 다른 곳으로 보내고 암탉의 숫자를 더 늘려야 한다. 보통 수탉 한 마리에 암탉 12마리가 적당한 암수비율이다.

수탉이 새벽에만 우는 것이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소리높여 운다. 닭이 울면 희망을 노래한 이육사의 ‘광야’가 생각난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계란을 부화시키는 이유는 병아리로 만들어서 암수비율을 맞추려는 의도도 있지만 한 켠에는 그들이 학습한 전통을 잇게 하려는 생각도 있다. 어미닭이 품어서 깐 닭만이 나중에 또 알을 품는다고 한다. 기계로 인공부화시킨 병아리들은 성장해도 알을 품지 않는다고 한다.
어미 닭의 체온만으로 생명이 탄생하고 그 닭이 체온을 기억하여 또 다시 알을 품는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닭들도 강아지들처럼 모이를 주러 가면 우르르 몰려온다. 맛있는 것도 안다. 밀웜(갈색 거저리) 봉지를 들면 뒤뚱거리며 정신없이 뛰어온다. 색다른 먹이를 발견하면 수탉은 제가 안먹고 암탉을 부른다. 부르는 소리와 표정을 보면 우리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나에게 매일 알을 선사하는 귀여운 생명들이다.